난 개인적으로 고추류의, 고추와 비슷하게 생긴, 비슷한 질감의 채소들을 싫어하고 내가 가장 이해 안되는건 고추튀김을 돈주고 사먹는거다.(물론 속에 고기든건 참고 먹을만은 했다.) 그런데 우리엄마는 고추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이러던 우리엄마 몇년전 파프리카에 푹 빠진적이 있다. 이렇게 되기까진 소소한 일이 있었는데.......
내가 초중딩? 시절때의 얘기니까 참 오래된 얘긴데 그땐 파프리카라는게 그렇게 각광받던 채소가 아니었다.(라고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너무 싫어해서 그렇게 기억하는 듯) 서점에서 내가 책을 고르는데 엄마가 그림 없이 글로만 죽 적혀있는 요리재료책? 음.... 약초책처럼 그런거 있잖아.. 아무튼 그런걸 펼쳐보더니 나에게 어떤 페이지를 보여주더라. 그러면서 "요즘엔 파프리(?)가 좋다더라. 여기 봐봐 어디어디에 좋대"라고 했다. 나는 그때도 마찬가지로 고추를 싫어했으며 비슷한 질감처럼 보이는 파프리카도 경멸했었는데 엄마가 왜 파프리카를 파프리라고 말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고 딱히 고쳐주려는 생각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었으니까. 그러면서 누구네가 파프리카를 아침마다 갈아서 먹는다더라 이런 얘기를 해주던데 정말 진심! 듣는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졌고. 그냥 스킵하려다가 자꾸 엄마가 내게 파프리카를 먹이려던 것인지 그 효능에 대해 알려주려고 책을 읽어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엄마가 준 페이지를 읽는데 이거슨!!! 뙇!!!
아니 난 여태까지 파프리카를 얘기한줄 알았지...... 페이지 맨 위에는 큼지막하게 "파뿌리"라고 써있었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엄마..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건줄 알았다. 그래 파프리카를 뭐하러 파프리라고 부르겠어. 내가 바보같은거지..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파뿌리를 갈아먹나???? 그래서 내가 혹시나 해서 물었지 "엄마 여태까지 말한게 빨갛고 노랗고 그런 피망같이 생긴거 아니었어?" 그랬더니 엄마는 맞다고 대답했다. 응? 지금 나한테 파뿌리 보여줬잖아? 알고보니 우리엄마 여태까지 파프리카 그것의 이름을 파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그럼 진짜 파뿌리는 뭔데?ㅜㅜ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파프리카와 얽힌 그 인연을 시작으로 우리엄마는 파프리카를 사다가 생으로 씹어먹고 주스내먹고 볶아먹고.... 생으로 먹는걸 가장 즐기셨다. 나도 한번 노랗게 생긴건 맛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입 먹어봤지만. 솔직히 말하면 인간이 먹을 맛은 아닌거 같았다. 우엑 나는 그런 미끌한 애들이 싫어. 그래서 오이고추도 싫고 오이도 싫고 가지도 싫고 피망도 싫고 파프리카도 싫고 다 싫고. 아주 나중에서야 파프리카나 피망이나 거기서거기인 애들이란걸 알게됐으나 난 싫어하니 됐어.
음 우리엄마는 가끔보면 참 허당같은 짓을 많이한다. 그래서 아직도 주위사람들한테 귀엽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헐렁한 사람도 아니다. 남자들이 주로 하는일, 사람많이 만나야 하는일,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일 지금까지도 열심히 하고 있고 활동적이고, 사람들이랑 금방 친해지고... 며칠전에 엄마랑 같이 쇼핑하다가 갑자기 불쑥 그 비결이 뭐냐고 묻기도 했었는데 ㅋㅋ (엄마는 글쎄? 하고 대답하셨다 ㅎㅎ) 엊그제 엄마랑 같이 자야하는 일이 생겼다. 애같은 동생은 자기방 놔두고 엄마랑 아빠랑 자는거 되게 늦게까지 그랬는데 나는 유치원?때부터 혼자자는데 익숙해서 다른사람이랑 자는게 정말 불편하다. 가족도 마찬가지고.. 자다가 막 깨는건 아니라서 막 예민한 편은 아닌데 아주 깜깜한 환경이 아니면 많이 불편하다는거. 아무튼 낯설고 좁은 싱글침대에서 둘이 같이 자는데 나때문에 괜히 안해도 될 고생하는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이렇게 나서주는데 내가 거기에 부흥하지 않는다면 정말 아닌거니까. 많이 심란해서 그날밤은 잠이 오질 않았다. 다음날 까지 엄마 따라서 돌아다니니까 정말 힘들더라. 나는 컨버스 신고 엄마는 9센치짜리 힐신고 돌아다녔지만 말이다. 일때문에 사람들 대하는 엄마 모습을 처음 봤는데 다른 사람같기도하고, 그게진짜 우리엄마 맞나 싶기도하고. 결국엔 나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보는 것 같아서 지리도 모르는 주제에 요리조리 지하철타고, 기차표 끊고 혼자 집으로 내려왔다. 신기했다.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많은 이유중에 하나가 자신이 지금 겪는일을 자식도 겪어서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그것이 걱정된다 라고 하더라. 나는 그런점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고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엄마 아빠 둘이나 있으니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정력적으로 일하는 두사람을 보면서 내가 빨리 자리를 잡아서 하루하루 즐겁게 하고싶은것 맘껏 하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흑흑 열심히 해야겠다.

